[R.I] 캐나다 여행기, 이정빈 대리 Part ②

Day 6

캘거리

이날은 할리팩스에서 온 친구가 돌아가는 날이라 아쉬운 배웅을 하고 캘거리에 사는 친구의 일상을 함께 보냈습니다. 아침에 조깅을 하고 친구가 좋아하는 단골 브런치 카페에 가니 캐네디언이 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에서부터 같이 했던 운동인 ‘얼티밋 프리즈비(Ultimate Frisbee)’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같이 뛰니 한국에서 리그를 같이 뛰던 기억도 새록새록나 즐거웠습니다.


Day 7

재스퍼

오전에는 충분히 쉬고, 오후에 재스퍼로 로드 트립을 떠났습니다. 재스퍼는 캘거리에서 차로 4시간정도 이동해야 하는 곳으로 가는 길 위에서는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서 미리 음악을 다운로드 받아서 갔습니다. 주로 학창시절에 듣던 노래들 (빅뱅, 티아라, 카라, 비스트..)이었는데, 고화질 풍경 사진 같은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두고 차 안은 그냥 학창시절 야자시간 그대로였습니다.

재스퍼에 거의 도착을 했을 때 저 멀리서 차들이 깜빡이를 켜고 멈춰 있길래 사고가 났나 보다 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이 친구가 저희 앞에 나타났습니다. 사슴이 아니라 엘크라고 하는데,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야생동물을 직접 보니 신기했고,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덩치가 차만해서 압도감마저 들었습니다.

숙소로 도착해서 체크인을 한 후 재스퍼 다운타운으로 갔습니다. 캐나다에서 수요일은 윙나잇이라고 치킨윙을 먹는 날이라 해서 치킨윙 파티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와 나는솔로 16기를 봤습니다. 캐나다로 여행을 갔지만, 유행은 놓칠 수 없습니다.


Day 8

멀린 캐년 (Maligne Canyon) ⇒  애넷 호수(Annette Lake)

아침에 일찍 일어나 멀린 캐년이라는 협곡을 하이킹하러 떠났습니다. 한국에서는 협곡을 좀처럼 보기 힘든데 높은 지층과 좁지만 깊은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보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협곡을 걸으며 풍경이 아름답다는 생각과 동시에 곰을 만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느꼈습니다.. 만 곰도 사람이 다니는 길은 잘 안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하이킹을 한 후 한식이 땡겨서 재스퍼 바로 옆에 있는 애넷 호수로 가서 미리 준비한 튀김우동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역시 등산 후에 먹는 라면이 최고입니다. 모두가 부러움의 눈으로 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님 말고.

하이킹의 고단함 때문인지 여행의 누적 피로 때문인지 이날은 숙소로 일찍 들어가서 와인과 영화를 보며 하루를 일찍 마무리했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가는 비행기 안에서 친구와 얘기했었습니다.

캐나다 친구는 오로라가 뜨면 알려주는 어플이 있다고 운이 좋으면 볼 수 있을거라고 했었는데, 이 날 오로라가 떴다는 것을 우리는 그 다음날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알람을 하루 늦게 볼 거면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Day 9

재스퍼 스카이트램 ⇒ 멀린레이크  애넷 호수(Annette Lake)

원래 빙하를 보는 하이킹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체력이 약한 저를 배려해 친구가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는 곳으로 장소를 변경해 주었습니다. (친구야 고마워) 덕분에 몸도 마음도 편하게 로키산맥의 높은 곳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 카에서 내리면 설산을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설산 꼭대기에서 보는 경치가 죽여준다고 했기 때문에 설렘반, 설산 등반의 걱정반의 마음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면서 보니 다들 등산화를 신고 올라가는데 저희만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었지만, 친구는 두 다리가 아닌 엉덩이로 하산해야 했기 때문에, 혹시나 스카이트램을 타고 난 후에 더올라가서 등산을 하실 분이 있다면 방수바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먹은 컵라면이 너무 맛이 있어서 저희는 또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튀김우동을 먹고 오늘은 신라면을 먹었는데 캐나다에서 파는 신라면이 더 매운 느낌이었습니다. 자극적인게 더 잘 팔리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 봅니다. 이번엔 멀린 레이크에 가서 먹었는데 캐나다에 다시 간다면 꼭 한번 다시 가고 싶은 풍경이었습니다. 여행 내내 캘거리의 온갖 호수들을 다 갔는데, 갈 때마다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새로운 풍경들이 여행 후에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녁은 재스퍼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아쉬움이 남아서 식당에 가기보단 캠핑을 해서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캠핑장소는 전날 갔던 애넷 호수로 정했습니다. 여기에도 당연히 공용 화로대들이 있어 캠핑할 장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소시지를 구워서 핫도그를 해먹고 이탈리아 햄인 프로슈토와 치즈를 안주로 와인을 마시며 이번여행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서히 해가 지는 호수의 노을을 보며 여행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워 여행에서 좋았던 것들을 도란도란 얘기하는 조용하고 따뜻한 저녁이었습니다.


Day 10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캘거리로 돌아갔습니다. 친구 집으로 돌아와 몇 년 만에 만난,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을 월리와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가 반갑고 좋아 아침마다 저희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월리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저녁으로 친구 남편이 만들어준 피자도 먹으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캐나다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No1. Place&Food

– Place : 모레인 레이크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부산에 살아서 한겨울에도 눈구경하기 힘든데 전날 내려준 눈 덕분에 제대로 겨울왕국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설산과 호수가 이어져 있는 눈으로 보면서도 사진을 보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 Food :  캐나다에서 유명한 디저트인 비버테일즈를 강추 드립니다. 여행 하는 동안 3번이나 먹을 만큼 계속계속 생각나는 맛이었습니다. 시나몬가루와 설탕을 뿌린 빵 위에 레몬을 짜서 먹는 Killaloe Sunrise를 자주 먹었는데 많이 달지 않아 한국인들 입맛에도 딱이었습니다. 그리고 팀홀튼 커피와 함께 먹으니까 더 좋았습니다.

Travel Tips

– 여러 명이서 갈 경우 장작과 먹을 것 들을 사서 근교 공원에서 캠핑 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공원 자체가 모두 다 넓어 사람들도 많이 없고 조용해 일행들끼리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하이킹을 할 계획이 있으면 곰 퇴치 스프레이나 가방에 방울을 다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만약에 준비가 안됐을 땐 여러 명이서 다니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여행을 마치며

9박 11일이라 길면 길다고 느낄 수 있는 일정이었는데도 집에 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진해지는 여행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한국에 있었던 나머지 친구들도 다 같이 가 캠핑카를 빌려서 한 번 더 캐나다 로키산맥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여행계획을 짜주고, 시차적응을 비롯한 모든 것을 위해 배려해주고 케어해준 친구에게 너무 고맙고, 프로젝트 중간에 근속여행으로 긴 시간 자리를 비웠음에도 이해해준 회사와 팀원들께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다행히도 곰은 동상으로만 만나고 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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